회원등록 비번분실
레일아트 조직개요

RAILART QR CODE


BUSAN RAILART
부산레일아트 조직개요 보도자료
보도일자 2006.07.05
즐기자, 광장에서! <2> 부산 지하철역 공연장 (부산일보 2006.7.5)
즐기자, 광장에서! <2>
부산 지하철역 공연장
싸구려 NO! 고품격 문화예요!
연산역·서면역 등 환승역 발길 멈추는 공연장 변신
클라리넷 연주 등 '눈길' 공연보려 한시간 기다려

"오 맑은 태양 너 참 아름답다. 폭풍우 지난 후 너 더욱 찬란해…. 나의 마음에는 사랑스런 나의 해님뿐~." 지난달 30일 오후 7시20분 부산지하철 연산역. 금요일 저녁 바쁜 걸음들을 이탈리아 가곡 '오 솔레미오'가 슬쩍 붙잡는다. 그냥 지나치려니 선율이 예사롭지 않다. 소리를 더듬어 발길을 옮기자 한 서른 명쯤 돼 보이는 사람들이 사뭇 진지하게 한 곳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3일 지하철 서면역에서 열린 멕시코 전통공연. 김경현기자 view@

그랬다. 가곡이었다. 지하철역에 웬 가곡인가,하고 궁금해 하는 사이 "브라보!" 하는 환호와 우레같은 박수가 역을 휘감는다. 그냥 지나치려던 사람들,지하철에서 올라와 개찰구 앞에 선 사람들,전화 걸던 이들의 호기심 어린 눈길이 한꺼번에 무대로 달려든다.
이날 연산역은 그냥 역이 아니었다. 또다른 공연무대였다. 이날 공연은 '부산우드윈드앙상블'에서 마련했다. 이름하여 '레일 위의 클래식'. 고상한 무대에서나 연주되던 클래식이 답답했는지 공연장을 박차고 나왔다. 지난해 11월 지하철 3호선이 개통되면서 새로 환승역이 된 덕천역·연산역 등을 찾는 문화공연이다.

클라리넷과 오보에·호른·플루트·파곳 등 악기들의 경쾌한 앙상블은 새벽을 깨우는 새소리처럼 적막한 분주함을 잠깐 멈추게 한다.

발박자와 손지휘로 음악을 따라가는 아저씨,공연 장면을 휴대폰에 담는 아가씨,신문지를 깔고 덜퍼덕 앉은 아주머니 모습도 보인다. 네 살짜리 딸을 데리고 나온 이영미(34·부산 연제구 거제1동)씨. "딸에게 목관악기 소리를 들려주고 싶었는데 마침 잘 됐네요. 소리가 퍼지고 스피커가 약한 게 흠이긴 해도 정말 좋네요." 그는 순전히 공연을 보기 위해 한시간 전부터 와서 기다렸단다.

나이든 분들에게 클래식이 맞을까 싶지만 이 또한 기우다. 기둥에 둘러진 의자에 앉은 김순희(55·부산 사상구 주례동)씨는 "우연히 근처를 지나다가 소리가 아름다워 그냥 주저앉았다. 서면역에서는 대중음악 공연을 가끔 봤는데 클래식은 좀 색다르네"라고 말한다.

이날 연산역은 50분 동안 '워싱턴 포스터 마치'나 '피치카토 폴카',영화 미션 주제곡 등 연주곡과 '그리운 마음','내 마음의 강물' 등 귀에 익은 작품들로 한껏 젖어들었다.

물론 어려움이 없진 않았다. 클라리넷을 든 원준연씨. "야외인 데다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라 다소 산만한 게 흠이더군요. 다른 악기 소리도 잘 안 들려 화음을 맞추기가 어려웠습니다." 이런 느낌은 듣는 이에게도 비슷했다. 강기동(56·부산 동구 초량동)씨는 "아직 시민들에게 클래식 공연이 낯설고 연주자들도 관객을 너무 의식한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짚는다.

21년 역사의 부산지하철은 그동안 교통수단일 뿐이었다. 거대한 인공 구조물 속에 문화의 싹이 틀 여지는 없었다. 그러나 이젠 달라졌다. 지하세계는 지상의 문화시설들이 채워주지 못한 문화욕구를 채워주는 곳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연산역은 그 중 하나다.

부산지하철역에선 문화공연단체인 '부산레일아트'에서 여는 공연과 부산교통공사에서 직접 기획한 행사가 열린다. 이날 행사는 후자다. 지난달 25일 덕천역에서 '월드컵 승리기원 힙합댄스페스티벌'이 열렸고,오는 7일에는 구서역에서 '시와 음악이 있는 공연'이 기다리고 있다.

부산레일아트는 2000년부터 서면역 경성대·부경대역 등에서 지하철 공연을 해오고 있다. 부산교통공사는 지하철 3호선 개통과 함께 뒤늦게 지난해 11월부터 지하철 공연에 뛰어들었다. "지하철 공연에 대한 인식이 '싸구려','공짜'라는 인식이 많죠. 시민들이 참여해 즐기는,지상문화와 차별화한 브랜드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부산교통공사에서 문화행사를 기획하는 박현우씨의 말이다.

이날 '오 솔레미오'를 열창한 고신대 권오종 교수(테너)도 "클래식도 앞으로 기존 공연장을 나와 조금씩 시민들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말한다. 문화적으로 어둡던 지하철에 조금씩 햇빛이 들고 있다.

김마선기자 msk@busanilbo.com

/ 입력시간: 2006. 07.05. 10:35



trio los panchos - la cucaracha(라 쿠카라차)
   

Copyright(c) railart.kr All rights reserved